프로이센 왕국의 철학자 헤겔은 이와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인간이 역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인간이 역사로부터 아무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미국의 25대 대통령인 윌리엄 매킨리는 파나마 운하에 초석을 놓았고, 스페인과 전쟁을 벌여 필리핀을 차지하고 괌, 하와이 등을 점령한 대통령입니다. 매킨리는 미국의 평균 관세를 49.5%로 올린 딩글리법을 제정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1890년 당시 세계 경제가 지금처럼 얽혀있던 세상은 아니었던지라 지금과 1:1 비교를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보호주의가 성행했던 시기라 관세 폭을 늘리는 것에 대한 부담률은 그 당시와 지금도 비교하기 어렵고, 또한 미국의 제조업 상황의 차이가 지금과는 다르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확실했던 건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두 가지 다 이미 실패했던 정책이었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매킨리의 관세는 오히려 관세 수입을 감소시켰고, 미 재정 수익을 악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공화당은 보호무역주의와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였고 1930년 공화당의 주도로 통과된 법안 Tariff Act of 1930 적용으로 평균 관세율이 40.1% 에서 1932년까지 59.1%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당시 프랑스와 영국이 보복관세 및 새로운 무역 파트너를 지정하는 등 세계적 무역량이 감소하는 결과를 일으키게 됩니다.
결국 관세에 대한 조치들은 1929년 벌어졌던 대공황을 급속도로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지게 됩니다. 현재 주류의 경제학자들의 대공항 가설에 따르면 과도한 보호 무역론 그리고 지나친 관세가 근시안적인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도 관세의 상승은 매우 비관적인 결말을 일으킬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서 상호성 원칙이라는 개념을 잘 설명하였는데, 누군가 호의를 베풀면 상대방도 호의로 갚는 원칙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부당한 대접을 받으면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보복성 조치가 일어나게 됩니다. 타당한 논리와 근거 없이 관세를 올리는 행동은 곧 다른 나라의 관세를 올리는 행동과 동일합니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1930년 미국의 관세 상승에 따른 유럽의 조치가 관세 상승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에 입각한 자유무역주의의 성공에 대한 공식은 깨진 적이 없고 전 세계 GDP 상승률로도 지속해서 입증하고 있습니다. 다시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가자는 경제학자가 존재한다면 리카도의 비교우위를 포함한 자유무역의 모든 이득을 상쇄할 수 있을 만한 이득을 설명해야 하지만 전부 입증이 안된 주장일 뿐입니다.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낮춘다? 대공항으로 인해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했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는 걸까요?
전미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Did Tariffs Make American Manufacturing Great? New Evidence from the Gilded Age. Nov. 2024) 미국의 과거 관세 인상이 제조업 부문의 노동 생산성을 증진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고, 오히려 연구 결과는 관세가 노동 생산성을 감소시켰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신제국주의
미국의 25대 대통령인 윌리엄 매킨리는 마지막 정복 전쟁을 한 미국의 대통령입니다. 현재 미국의 태평양 지리적 이점을 가져올 수 있는 괌, 하와이의 점령은 후대에 좋은 영향으로 미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크게 변화했지만 몇몇 정치인들은 변화에 100년은 뒤처져있는 듯합니다.
과거 제국 시대에서는 비옥한 땅의 크기는 곧 부양할 수 있는 인구수의 크기와 동일했습니다. 따라서 성장할 수 있는 GDP의 최대 총량 또한 비옥한 땅의 크기와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과학의 발전으로 맬서스의 인구론은 깨졌습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이런 변화를 잘 깨달았던 미국은 아주 새로운 제국을 장기간에 걸쳐서 구축했습니다. 일본이라는 아시아 땅을 차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차 대전 직후 미국은 일본에서 물러났으나 자신들의 주도하의 시장경제에 통합시키는 새로운 전략을 구상했습니다.
1920년대 대공황 이후 사라졌던 보호무역주의를 철폐하고 자유무역주의를 채택한 미국은 가장 큰 시장 경제, 자유무역과 자유시장경제가 주는 이점이 바로 GDP 성장률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고 이를 활용했습니다. 해외 기업들은 미국 시장을 보고 미국에 들어와서 가격 경쟁과 기술 경쟁을 벌였고, 미국 기업은 자유무역의 이점을 이용해 세계 시장에서 활약했습니다.
코카콜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성공한 코카콜라는 자유롭게 전 세계 시장에 진출했고 자유시장을 등에 업고 유럽의 기업들의 인수를 진행하며 (환타 등) 유럽 시장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결국 가장 큰 시장(북미 내수시장과 유럽)을 타고 전 세계적인 성공을 이끌어 냈습니다.
간단히 가정해서 아이폰이 미국 자국 내 생산으로 삼성이나 다른 경쟁 회사들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 크게 뒤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 분명합니다. 실제로 애플은 경쟁력 약화로 2004년 미국 국내 모든 생산공장을 닫은 바 있습니다.
자유무역이 주는 이점을 모두 버리고 보호주의로 돌아가자는 말은 의도적으로 시장을 미국 한정 내수 시장으로 축소하겠다는 말과 동일한데 그린란드의 땅덩어리를 가져오는 땅과 자원의 크기에 입각한 제국주의의 효용성이 자유무역의 효용성보다 크다는 논리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신제국주의,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관세의 기조는 2차세계대전 이후의 동맹국들과의 자유무역을 멀게 하고 있고 가장 큰 통합시장 점유라는 이점이 담긴 체제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마크트웨인이 더러운 욕심과 불평등의 시대라 비판했던 도금 시대(대공황 이전)의 정책으로의 회귀는 역사적 퇴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