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종종 주식 가격의 가치를 너무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밸류에이션 방법을 처음 배우고 난 뒤 자신이 평가하는 회사의 '가치'에 몰두하는 투자자들을 많이 봤습니다.

 

저도 가치투자자로서 FCF 계산법으로 intrinsic value를 계산하여 지금 당장의 적정 주가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적정 주가의 계산 자체는 투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투자자로서 가장 크게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과연 내가 사려는 회사는 '위대한 회사' 인가 를 고민해 보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싼 회사라도 좋은 회사가 아니라면 저평가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마련입니다. 또한 저평가 구간이 몇 년이 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주식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일과 동일합니다. 내가 구매하려는 물건의 퀄리티가 좋은지 먼저 확인을 하고 가격 흥정이 가장 나중에 따라오는 것처럼 주식을 대해야 합니다.

 

결국 그 회사의 성장 가능성, 좋은 회사 운영 등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서 투자자가 계산한 가치가 아무리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기업이 좋다면 밸류업 실수를 만회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밸류업은 미래를 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합니다. 너무나도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가치투자의 대가 워랜 버핏이나 찰리 멍거도 정확한 밸류업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했던 겁니다. 저는 제가 투자하는 회사의 가치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나 이 회사가 저렴한지 비싼지를 판가름하기 위해 밸류업을 하는 것뿐입니다. 해당 회사의 가치를 대략적으로 나마 아는 것이 내가 사려는 물건이 너무 비싼지 괜찮은 가격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투자라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작은 규모 회사들의 성장성을 알아보는 일은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투자자라면 Stock Picking (주식 종목 선택)의 어려움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1. 틱톡에서 전 세계 1/3의 노래가 사용 불가능해졌다.

 

UMG가 틱톡에서 UMG 아티스트 노래를 전부 빼버리는 대형 사건이 있었습니다.

UMG와 틱톡사이에서 저작권 사용료 협상이 안 되는 바람에 UMG에서 자신들의 곡을 전부 빼면서 공개서한을 발행했습니다. 요약하자면 틱톡에서 자신들 곡 사용료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집으며 아티스트에게 가야 할 돈이 가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틱톡 저작권료는 UMG 저작권 수입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틱톡의 전 세계 트래픽이나 곡 실사용 시간은 엄청날 것인데 저작권료로 내는 비용은 터무니없이 적긴 합니다. 실제로 인스타나 페북에서 주는 로열티가 틱톡보다 2-3배 비싸게 준다고 하니 틱톡이 얼마나 저렴하게 곡을 사용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 틱톡은 틱톡뮤직을 론칭한 상황이라 상당히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작권료 협상을 다시 하기에는 UMG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상황이라 달갑지만은 않을 겁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UMG 입장에서 나쁘지는 않은 선택인 듯합니다. 결국 pricing power를 가지고 있는 것은 UMG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만약 UMG의 조치가 틱톡에 별 해가 되지 않는다면 UMG로써는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해질 것입니다. UMG 소속 아티스트들은 틱톡 프로모션이 단기적으로 불가능 해질 것이고 이는 요즘 음악시장 트렌드를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소속 아티스트들의 불만이 쌓일 수도 있을 것이고, 유망주 아티스트는 UMG를 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겁니다. UMG에 투자하고 있는 입장으로써 상당히 유심히 봐야 할 사항인 듯합니다.

 

2. 애플 신제품 비전프로

 

 

애플에서 모험적인 신제품 비전프로가 출시되었습니다. 실사용은 할 수 없어서 상당히 궁금하기만 하지만, 전채적인 평은 극명히 갈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의외로 괜찮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아직 실사용까지는 무리라는 평도 존재합니다. 

 

종합적인 리뷰들과 영상들을 비교해 본다면 다른 VR기기들보다 확실히 제품 완성도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는 것이 중론인 듯하나 아직 생산적인 기기로서는 충분한 가능성만 보여줬을 뿐 실 사용에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주로 지배하는 듯합니다.

 

모니터 크기의 확장을 내 시야 전부로 확장시켰다는 의미에서 이미 활용도는 무궁무진해 보입니다. 앞으로 생산성을 늘리고 무개 개선이 확실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꼭 한번 체험해보고 싶네요...

 

 

3. LLM은 경제적 해자가 크지 않다.

 

LLM에 관해 상당히 많은 뉴스와 리서치들을 보면서 확실하게 느낀 점은 LLM기술에 대한 경제적 해자는 크지 않은 듯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LLM의 벤치마크를 보면 대기업이라고 해서 특출 나게 잘한다는 지표가 없는 듯합니다. 오히려 오픈소스에서 만들어내는 LLM들의 성장세가 상당히 뚜렷하게 보이는 것을 보니 경제적 해자가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르네요.

 

하지만 기술적 통합 (integration)에서는 차원이 다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이니까 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활용도가 높아지는 부분은 확실하게 존재하는 듯합니다.

 

또한 LLM관련 마켓을 보다 보면 결국 시장에서 승리하는 쪽은 클라우드 회사들인 듯합니다.

 

 

4. 러시아의 외교정책은 실패했다. 때문에 위험하다.

Suwałki Gap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는 상당히 많을 겁니다. 그중에 가장 큰 외교적인 이유를 꼽아본다면 역시 나토전선확대저지 목적이 가장 컸을 겁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실제로 침공한 이후에 오히려 중립국이었던 핀란드와 스웨덴까지 속전속결로 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의 발트해 장악력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러시아는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한 상태이지만 이것으로는 발트해에 주도권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발트해의 주도권을 가지려는 러시아는 Suwałki Gap (수바우키 회랑)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는 리포트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위의 지도에서처럼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로 인해 발트해에서 고립이 되어있는 상황이나, 수바우키 회랑을 공격함으로써 활로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실현가능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또 푸틴이 어떤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평화의 시대는 저물어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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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0) 2024.03.24

2023년은 연초에 비관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큰 상승폭을 보여주면서 주가 반등에 성공한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더글라스퍼의 비관적인 시선은 아직 거두지 않았습니다. 현재 주가가 합당한 주가인가라는 질문에는 선 듯 '그렇다'라고 답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2023년 10월 전까지 S&P500 대비 초과 수익을 상당히 내고 있었지만, 제 실수로 인해 올해 시장 대비 초과 수익 달성은 하지 못하는 해가 되었습니다. 투자 실패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앞으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저렴한 수업료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글라스 퍼의 2023년 수익률

 

수익률 기준은 미국 달러 ($)를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사실 장기 투자자로서 고작 1~2년 투자 성과를 분석한다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제가 선택한 회사들이 최소 5년 뒤에 어떤 성과를 보일 지를 고민하는 투자자로서 성과를 논하기에 1~2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입니다. 오히려 벨류에이션(valuation)이 높아진 현 상황이 미래 수익률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우려될 뿐입니다.

 

더글라스 퍼의 투자 포트폴리오

 

위 차트는 2023년 12월 31일 투자 포트폴리오입니다. 2022년과 비교해서 상당히 큰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작년대비 마이크로소프트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비중이 크게 늘었으며, 신규로 UMG 투자도 진행됐음을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말 35%가 넘어갔던 존디어의 투자는 올해 YTD로 -5.76%가량 수익률을 보이며 축소된 부분도 있지만 2023년 존디어의 추가매수는 없었던 점이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축소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현금보유 비중

제가 2023년을 지나면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였던 부분은 바로 현금 보유 비중입니다. 전체적인 벨류에이션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지속적인 현금 흐름으로 인해 한때 현금 보유 비중이 제가 들고 있던 주식보다 높아졌던 적도 있습니다. 투자자로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도 상당히 큰 고통 중 하나입니다. 제가 벨류에이션을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기업 분석을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에 대한 의심이 생기면 불안감과 초조함이 마음속에 생겨나게 되죠.

 

2023년 12월 31일 현금 보유 비중을 보면 37% 정도를 유지함으로 적당한 현금 비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포트폴리오 배분에 따른 개인적인 투자 실수가 한 번 있었습니다.

 

Best & Worst

Best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022년 말, 포트폴리오에 담기 시작해서 2023년 꾸준하게 보유 비중을 확대했던 주식입니다. 지금 현재 포지션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가치가 떨어진다면 언제든지 추가 매수할 준비가 되어있는 주식입니다. 추가 매수에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미 거의 확정이나 다름없는 수주잔고의 가치조차 정확하게 평가되고 있지 못한 점이 제 눈에 크게 띄었습니다. 한국 주식을 다룰 때는 더욱 가치평가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한국 시장은 그만큼 저평가되어 있으니까 말이죠. 따라서 제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DCF 벨류에이션을 할 때 확정 수주잔고만을 가지고 FCF 계산을 했습니다. 사실상 성장성 평가는 전혀 하지 않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저평가로 보였습니다. 물론 시장 전체가 저평가받는 상황에서 정확한 평가를 빠르게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만 투자처를 찾기 힘들었던 2023년에 거의 유일하게 꾸준하게 매수가 가능했던 주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Worst - SEDG

2023년에 태양광 주식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더글라스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다르게 생각하여 투자를 진행했지만, 결국 큰 손실을 입고 확정 손실을 인정하고 철수했습니다. 총 -40% 정도의 손실을 입었으며, 투자 금액이 크다는 이유로 올해 시장 초과 수익을 모두 돌려주며 처참한 결과를 겪게 되었습니다.

 

간략하게 제 실수를 나열해 보자면,

 

1. 재고량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해당 사인을 무시 (결국 재고량이 예상판매 치를 크게 상회하는 것을 확인하고 제가 시장에 대한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며 확정손실로 마무리했습니다.)

2. 현재(투자 당시) Sales 비중을 기준으로 미래 판매량을 집계함

3. FCF 계산을 토대로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생각한 intrensic value 가 전혀 틀린 계산이었다는 점

4. 무의식 속에 시장을 낙관하여 자신의 원칙을 깨고 투자를 진행함 (현금보유 비중이 50%가 넘어가게 되니 투자처를 급하게 찾았던 점이 첫 번째 문제였으며, 두 번째는 원칙상 고성장주는 안전마진을 벨류에이션의 50% 이하로 사는 것이 제 원칙이었으나 30% 정도 떨어진 시점에서 급하게 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5. 태양광 시장과 기업분석이 미비하였다는 점

 

따라서 저는 제 실수를 인정하고 투자를 철회하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을 마치며...

투자는 자신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여러 방면으로 열려있는 사고방식을 취해야 하지만 자신의 투자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 때는 진보적으로, 어느 때는 보수적인 생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투자입니다.

 

2023년은 전체적으로 회사들의 벨류에이션(가치평가)이 높아진 한 해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시장에서는 사고 싶은 가격의 좋은 회사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현금 비중은 높아질 것인데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니 투자자로서 상당히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자처를 찾을 수 있도록 제가 노력해야겠죠.

 

2023년은 글을 쓰는 빈도가 줄었던 해였습니다. 개인적인 일도 바쁘지만 쉬는 시간, 취미 시간도 확보하고 싶고 투자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2024년에는 제가 정리하고 싶던 투자 관련 글들을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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