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hitest Boy Alive - Rules (2009)


이 앨범을 한마디로 압축해본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구가 있다.

"덜어내면 또렷해진다"


The Whitest Boy Alive는 빼기를 통해 청각적 미니멀리즘의 완성을 이루어냈다. 빼기를 통한 단순함과 간결함을 살려 반복성을 

극도로 강조하는 방법은 음악적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만들어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에 현대적인 세련미를 빼놓지 않았으며 통통튀는 맬로디가 독특하다.

이 앨범을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발상의 전환에서 찾아볼 수 있다.


The Whitest Boy Alive 라는 밴드는 시작은 얼렌드 오여(Erlend Oye)의 컴퓨터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들의 음악적 시도는 분명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인 하우스 뮤직이 시발점이였다. 그들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반복적인 루프와 일렉트로닉 음악의

장점을 밴드에 접목시켜보려는 의도로 이 밴드를 만들었을것이다.

컴퓨터로 찍어낸듯한 노래지만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는 각각의 곡들이 독특하면서도 세련되게 느껴진다.

가장 기계적인 방법으로 만든 곡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풀어낸 발상의 전환이 앨범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하우스풍 음악, 또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이 앨범에 쉽게 빠질수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충분한 앨범이다.



The Whitest Boy Alive의 리더 '얼렌드 오여'(Erlend Oye)는 이 앨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BPM 의 관점에서 보자면 [Dreams] 보다 더 느려진 앨범이다.

그리고 전반적인 분위기에 초점을 두자면 [Dreams]보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앨범이다." 


얼렌드 오여의 말대로 전작인 [Dreams] 보다는 정적인 앨범이나 완성도는 전작을 넘어선다.

디지털 감성을 아날로그적으로 바꾼다는 음악적 시도에 완성판이 바로 이 앨범 [Rules]이다.

전작에서 시도했던 일렉트로닉 음악의 사운드적인 과함은 배제해버리고 악기 하나 하나에 공을 들였다.

조금은 과했던 루프를 단순하고 반복적인 루프로 바꾸어 버리기도 했지만 이러한 빼기들이 청각적 미니멀리즘을 완성시켰다.


꽉 찬 느낌의 베이스가 아닌 단단한 느낌을 주는 베이스에 어딘가 비어있는곳을 지루할것 같으면 차갑게 들어오는 일렉기타,

기계적인 비트에 충실하며 곡의 갈길을 잘 인도해주는 드럼에 센스있게 치고 들어오는 다채로운 톤의 신디사이저.

모든 악기가 본연에 충실하면 꽉 채우는 사운드가 아닌 악기 하나만 들어간 공간조차 훌륭한 음악이 된다는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채우면 채울수록 허전한 느낌이 들때 어쩌면 해답은 덜어내는것이 답일때가 있다.

[R이 앞에 있는 곡은 추천곡. R은 Recommend(추천)의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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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가장 보통의 존재


앨범의 이름처럼 언니네 이발관은 보통의 앨범을 생각하고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앨범은 한국 음악사에 있어서 한 획을 그은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무엇이 그토록 이 앨범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킬링트랙? 앨범커버? 상업성? 이 앨범의 강점은 이런것들이 아니다.


'가장 보통의 존재'는 가장 심플한 구성의 곡들이 향연을 펼쳐지는데 이들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특별한 앨범을 만들어낸다.

한국 음악 시장에서 사라져가는 앨범의 형태를 다시 살려낸 컨샙 앨범의 구조가 이 앨범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가장 보통의 존재'는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속에서 탄생한 앨범으로 누구나 한번쯤은 겪을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후 그 뒤에 오는 감정의 기복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감정을 그대로 앨범에 녹여내고 있다.

모두가 공감 할 수 있는 내용을 토대로 유기적으로 차곡차곡 쌓은 노래들은 감정선을 따라 마음속에 녹아내린다.

음악적으로 간결하고 반복적인 코드를 사용함으로써 듣는이로써 집중도를 높혀 가사에 더욱 공감할수있게 해준다.

그렇기에 음 하나, 가사 하나가 의미있고 감정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나에게 넌 허무한 별빛

너에게 난 잊혀진 길

언제였나 너는 영원히 꿈속으로 떠나버렸지"


첫곡 '가장 보통의 존재' 노래부터 가사에 특별함이 묻어 나온다.

담담한듯 하지만 어딘가 쓸쓸한 이석원의 목소리에 집중하다보면 마지막에 스피커가 고장난듯 사운드가 바뀌면서

돌이킬수 없을것같이 감정이 고조된다. 해어진 직후 씁쓸함은 '아름다운 것' 에서 감정이 조금 바뀐다.


"사랑했다는 말 난 싫은데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 하네

난 나를 지켰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동안의 진심 어디엔가 버려둔 채"


름다운 것을 어떻게든 떨쳐버리려는 시도를 하고 슬픔이 떨어지길 바라는 감정으로 변한다

하지만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마음을 '작은마음'에서 보여준다.

떨치려해도 쉽게 떨쳐지지 않는 인간미를 시적으로 표현한 한마디가 아름답다.


"보이지 않게 숨어버려도 듣고 싶어져 너의 목소리

잠시 기대어 서 있었을 뿐야"


이어지는 '의외의 사실'과 '알리바이'에서는 신나는듯한 기타리프가 들리지만 가사는 역설적이다.

말끔하게 잊고싶은 마음과 한편으로는 너무 그리운 마음이 공존하게 된다.

'100년 동안의 진심'에서는 앨범의 색깔이 변하게 되는 분기점이 된다.

가을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시간이 지나간것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곡이자

앨범의 중심점이라고 생각된다.


'인생은 금물'에서는 씁쓸하지만 해어짐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너는 결국 말을 듣지 않고 어느 누군가를 향해서

별이 되어 주러 떠나게 될 걸"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산들산들'은 슬프지만 한걸음 나아가는 보통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보통'의 이별로 시작해서 '보통'의 감정을 넘어 '보통'의 마지막으로 끝이나지만

이 '보통'의 모습이 결국 모두가 '공통'적으로 겪어보는 이별의 아픔이자 우리들의 모습이기에

이 앨범이 더욱 가슴속에 깊게 남을 수 밖에 없는것이다.



[R이 앞에 있는 곡은 추천곡. R은 Recommend(추천)의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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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이상하게도 무형자산, 지적자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음악이라는 것은 2000년대 이후로 mp3 파일이 보급 되면서 공짜로 듣는 것이 표준이 되어버린것이 현실이다.

몇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도 음악을 사려 하지 않고 공짜로 다운받는 사이트를 찾아서 음원을 얻던것이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아마 그때는 그 행위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 이라고 생각치도 못했을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대한민국 음악 시장의 문제점은 크게 2가지가 있다.


1. 인터넷의 발달과 불법 다운로드 접근이 쉬워지면서 구매력이 저하 되었다.

2. 대중이 음악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유로는 음악의 퀄리티 하락과 1번의 연쇄적인 영향이 크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일반 블로그에서 곡을 올려놓고 유포하고, 음원을 공짜로 다운받을 수 있는 사이트가 수도 없이 많았다.

원하는 곡을 전부 공짜로 받을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절 음악의 가치는 0이였다. 공짜로 다운 받을수 있는 곳이 너무나도 많다보니 그것이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면 현 대한민국에서 음악의 가치는 어디쯤일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멜론 사이트를 들어가서 보면 1곡에 700원, 100곡 묶음으로 24000원에 판매가 되고있다(2017년 1월 8일)

확실히 2000년대 초중반때 보다는 희망적이다. 불법적인 공짜 음원을 유포하는 사이트를 차단하고 인터넷 스트리밍 위주의 시장을

크게 키우면서 불법 다운로드는 현저히 저하 되었다는것은 인정하나, 한국 음악 시장은 여전히 절망적이다.

그 이유는 멜론에서 찾을수 있다. 대부분의 돈은 유통사, 서비스 사업자가 가져가고 실질적으로 뮤지션들에게 가는 돈은 적다.

1곡에 고작 700원 받고 거기에서 멜론이 이리저리 때어가면 남는 돈은 얼마나 남겠는가?


이런 시장 구조를 노리고 대형 기획사들이 시장의 약점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대형 기획사들은 이전에 음악 시장을

갈아 엎어버리고 하나의 히트곡 위주의 짧은 주기, 짧은 수명을 대량 생산해내는 방법을 고안한다.

쉽게 질리지만 중독성있고 쉽게 들을수 있는 후크송을 양성형 작곡가들에게 돈을 주고 사서 아이돌에게 입혀 시장에 내보내는데

한 아이돌이 히트를 치면 바로 다음타자가 또 히트곡을 내서 곡의 수명을 줄여 단기간에 많이 팔고 음악 시장이 자신들에게

지속될수 있는 악순환의 구조로 바꾸어 버린것이다.

이 구조는 음악, 음반 퀄리티의 하락과 동시에 음악 생태계 자체를 무너트리는 근본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Radiohead의 음반 활동 주기를 봐보자. 2011년 8집 'The King Of Limbs' 가 나왔고

2016년 'A Moon Shaped Pool'이 나왔다. 공백 기간만 5년이다. 1년간 월드투어를 돌고 1년간 휴식기를 가졌다고 해도

최소 3년이란 시간을 투자해서 앨범 작업을 했다는 계산이선다. 이 앨범은 대 히트를 쳤고 전문가, 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2016년도 명반중 하나로 손꼽힌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서 한 명반을 반드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공장처럼 찍어내는 아이돌 음악들이

너무 짧은 주기로 히트곡을 찍어내면 일회용 음악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앨범을 차트에서 밀어내는 상황이 벌어진다.

대형 기획사들의 신곡 출시 주기가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아티스트들은 살아남기 위해 앨범의 완성도를 낮추고

대중성을 잡기 위해 퀄리티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이 연속되는것이다.



음악 시장이 바뀜에 따라 시대를 따라가야한다, 이제는 더 이상 앨범의 시대, 고퀄리티의 시대가 아니다 라고 반박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이 논리는 완벽하게 틀렸다.

라디오헤드의 'In Rainbows' 앨범은 2007년 혁신적인 방법으로 유통을 시작했다.

소비자가 사이트에서 먼저 노래를 듣고 0파운드부터 99.99파운드까지 소비가자 직접 가격을 책정하게 했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였다. 상업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2000년대 최고의 앨범중 하나로 손꼽히는 'In Rainbows' 로 라디오헤드는

음악적 가치를 지켜냈다.

이외에도 작년에 아델의 '25' 앨범의 전세계적인 히트를 본다면 음악에 퀄리티는 음악적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음악시장은 누구를 탓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보면 아무 생각없이 우리들이 불법 다운로드를 받았을 때부터

잘못된 것이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음악에 대한 인식개선이 최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음악에 대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때 비로서 한국의 음악시장은 정상으로 돌아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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