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연초에 비관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큰 상승폭을 보여주면서 주가 반등에 성공한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더글라스퍼의 비관적인 시선은 아직 거두지 않았습니다. 현재 주가가 합당한 주가인가라는 질문에는 선 듯 '그렇다'라고 답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2023년 10월 전까지 S&P500 대비 초과 수익을 상당히 내고 있었지만, 제 실수로 인해 올해 시장 대비 초과 수익 달성은 하지 못하는 해가 되었습니다. 투자 실패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앞으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저렴한 수업료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글라스 퍼의 2023년 수익률

 

수익률 기준은 미국 달러 ($)를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사실 장기 투자자로서 고작 1~2년 투자 성과를 분석한다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제가 선택한 회사들이 최소 5년 뒤에 어떤 성과를 보일 지를 고민하는 투자자로서 성과를 논하기에 1~2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입니다. 오히려 벨류에이션(valuation)이 높아진 현 상황이 미래 수익률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우려될 뿐입니다.

 

더글라스 퍼의 투자 포트폴리오

 

위 차트는 2023년 12월 31일 투자 포트폴리오입니다. 2022년과 비교해서 상당히 큰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작년대비 마이크로소프트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비중이 크게 늘었으며, 신규로 UMG 투자도 진행됐음을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말 35%가 넘어갔던 존디어의 투자는 올해 YTD로 -5.76%가량 수익률을 보이며 축소된 부분도 있지만 2023년 존디어의 추가매수는 없었던 점이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축소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현금보유 비중

제가 2023년을 지나면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였던 부분은 바로 현금 보유 비중입니다. 전체적인 벨류에이션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지속적인 현금 흐름으로 인해 한때 현금 보유 비중이 제가 들고 있던 주식보다 높아졌던 적도 있습니다. 투자자로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도 상당히 큰 고통 중 하나입니다. 제가 벨류에이션을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기업 분석을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에 대한 의심이 생기면 불안감과 초조함이 마음속에 생겨나게 되죠.

 

2023년 12월 31일 현금 보유 비중을 보면 37% 정도를 유지함으로 적당한 현금 비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포트폴리오 배분에 따른 개인적인 투자 실수가 한 번 있었습니다.

 

Best & Worst

Best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022년 말, 포트폴리오에 담기 시작해서 2023년 꾸준하게 보유 비중을 확대했던 주식입니다. 지금 현재 포지션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가치가 떨어진다면 언제든지 추가 매수할 준비가 되어있는 주식입니다. 추가 매수에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미 거의 확정이나 다름없는 수주잔고의 가치조차 정확하게 평가되고 있지 못한 점이 제 눈에 크게 띄었습니다. 한국 주식을 다룰 때는 더욱 가치평가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한국 시장은 그만큼 저평가되어 있으니까 말이죠. 따라서 제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DCF 벨류에이션을 할 때 확정 수주잔고만을 가지고 FCF 계산을 했습니다. 사실상 성장성 평가는 전혀 하지 않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저평가로 보였습니다. 물론 시장 전체가 저평가받는 상황에서 정확한 평가를 빠르게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만 투자처를 찾기 힘들었던 2023년에 거의 유일하게 꾸준하게 매수가 가능했던 주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Worst - SEDG

2023년에 태양광 주식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더글라스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다르게 생각하여 투자를 진행했지만, 결국 큰 손실을 입고 확정 손실을 인정하고 철수했습니다. 총 -40% 정도의 손실을 입었으며, 투자 금액이 크다는 이유로 올해 시장 초과 수익을 모두 돌려주며 처참한 결과를 겪게 되었습니다.

 

간략하게 제 실수를 나열해 보자면,

 

1. 재고량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해당 사인을 무시 (결국 재고량이 예상판매 치를 크게 상회하는 것을 확인하고 제가 시장에 대한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며 확정손실로 마무리했습니다.)

2. 현재(투자 당시) Sales 비중을 기준으로 미래 판매량을 집계함

3. FCF 계산을 토대로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생각한 intrensic value 가 전혀 틀린 계산이었다는 점

4. 무의식 속에 시장을 낙관하여 자신의 원칙을 깨고 투자를 진행함 (현금보유 비중이 50%가 넘어가게 되니 투자처를 급하게 찾았던 점이 첫 번째 문제였으며, 두 번째는 원칙상 고성장주는 안전마진을 벨류에이션의 50% 이하로 사는 것이 제 원칙이었으나 30% 정도 떨어진 시점에서 급하게 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5. 태양광 시장과 기업분석이 미비하였다는 점

 

따라서 저는 제 실수를 인정하고 투자를 철회하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을 마치며...

투자는 자신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여러 방면으로 열려있는 사고방식을 취해야 하지만 자신의 투자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 때는 진보적으로, 어느 때는 보수적인 생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투자입니다.

 

2023년은 전체적으로 회사들의 벨류에이션(가치평가)이 높아진 한 해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시장에서는 사고 싶은 가격의 좋은 회사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현금 비중은 높아질 것인데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니 투자자로서 상당히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자처를 찾을 수 있도록 제가 노력해야겠죠.

 

2023년은 글을 쓰는 빈도가 줄었던 해였습니다. 개인적인 일도 바쁘지만 쉬는 시간, 취미 시간도 확보하고 싶고 투자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2024년에는 제가 정리하고 싶던 투자 관련 글들을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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