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퍼

요즘 아주 흥미로운 책을 발견해서 열심히 읽는 중입니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이라는 책인데 가치투자자로서 깊게 생각하고 고민해볼 만한 주제들을 계속해서 던져주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포트폴리오에 대해 말하기 앞서서 잡설이 길었지만, 오늘 글의 시작은 해당 책에서 나온 "켈리 공식"을 꺼내기 위함이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어떻게 종목들을 구성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한 이슈입니다. 사실 정답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만큼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들이 연구되고 현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더글라스퍼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가치투자자로서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깊게 고찰을 해 볼까 합니다.

 

앞서 언급한 "노마드 투자자 서한"에서는 "켈리 공식"이라는 흥미로운 공식을 하나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수학자인 J.L Kelly라는 분은 1956년에 공식 하나를 소개하였습니다. (해당 공식은 포커 게임과 같은 게임에서 사용하는 베팅의 방정식, 또는 주식의 방정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듯합니다.) 2.1xP-1.1이라는 공식인데 여기서 P 값은 투자 판단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투자 판단을 만약 60%의 확률로 성공할 것 같은 아이디어라면 2.1x0.6-1.1 = 16%의 비중을 실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노마드 투자자 서한"을 쓴 닉 슬립은 해당 포트폴리오 구성 공식에 뜨뜻미지근 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투자하는 사람은 없고, 이 공식에 따르면 노마드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의 집중도가 때때로 너무 낮았다는 점 등 많은 이야기를 책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실 상황에서 일반적인 펀드 매니저들은 포트폴리오의 다각화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Diversification 은 경영학의 교과서에서도 배울만큼 상당히 인기가 있는 포트폴리오 투자법입니다. 사실상 인간 오류 (Human Error)를 방지할 수 있으며, 각각의 상관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다가올 위험에 햇징할 수도 있는 전략이기에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몇몇 투자의 대가들은 이러한 포트폴리오 접근법에 상당히 반감을 보이기도 합니다. 워랜 버핏이나 피터 린치의 경우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는 개소리 (Bullshit)으로 일축하곤 합니다. 워랜 버핏의 경우는 100% 확신하지 않는 주식은 사지도 않는다라는 철학이 있기 때문이죠. 또한 수익률 측면에서 너무 세분화된 다각화는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너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는 시장의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글라스 퍼가 생각하는 포트폴리오 구성법은 저 위에 방법들과는 다릅니다. 좀 더 철저하게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 효율을 위해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2022년 7월에 투자를 진행했을 때 포트폴리오 구성과 그때 적어뒀던 매매일지를 공개하면서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에 대한 고찰을 나눠볼까 합니다.

 

DE 39.02%
GOOGL 28.74%
CAT 7.55%
ASML 12.37%
TAN 12.33%

2022년 7월 매매일지 중

 

"   당시 시장 상황으로는 리세션의 확률이 높아짐에 따라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지속적으로 시장이 떨어졌고, 7월 때부터는 어느 정도 가격이 저렴해 보이는 주식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1차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주식의 Intrinsic Value 가 30% 이하로 내려온 주식이 많아졌기 때문에 메크로 환경을 신경 쓰지 않고 매수를 진행하였고, 보유 현금의 총 50%~60% 정도 되는 금액을 사용했습니다.   "

 

 

더글라스퍼가 생각하는 기업의 분석자료는 다른 글을 통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개별 주식의 분석보다는 배분의 % 입니다. 앞서서 말했던 노마드 투자자의 닉 슬립이 언급했던 캘리 공식에 대해 제가 흥미를 느꼈던 점은 "어떤 기준점으로 돈을 분배해야 하는가?"에 대해 수학적으로 고찰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캘리 공식에 동의한다는 점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투자 철학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확신이 없다면, 해당 주식을 살 이유도 없고, 실수로 샀다고 하더라도 저의 개인적인 판단 미스였음을 인정하고 주식을 처분하는 방법을 택했을 겁니다. 저의 투자 방식과는 맞지 않지만, 수학적인 접근법과 확률적인 계산을 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를 느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어떤 방법으로 돈을 배분해야 하는지, 포트폴리오의 최적의 구성법은 무엇인지 자료를 찾아보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았습니다. 주식들의 상관관계를 (Correlation) 따져서 포트폴리오도 구성해보고, 무조건 저렴한 가격의 싼 주식 위주로도 구성을 해보고, 섹터를 다양화하기도 해 봤습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펀드매니저나 투자 그루들의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과 개인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구성법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속적인 Cash Flow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특히 초기 투자자) 지금 현재에 들고 있는 현금보다 미래에 가져올 수 있는 현금이 더 많은 편입니다. 수익은 매달마다 꾸준한 Cash Flow 가 들어올 것이며, 그 돈을 투자에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개인투자자의 다른 점입니다.

 

이 말은 근미래에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 지금 가지고 있는 현금보다 좋다는 말이 될 수도 있고, 현금흐름에 집중을 해본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포트폴리오 구성 접근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지금 1000만 원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이 돈을 지금 투자에 사용할 것이지만 매달 월급에서 100만 원의 돈을 투자 금액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가정을 했을 때, 6개월 뒤에 다시 투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고려해본다면 600만 원의 현금이 미래에 투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지금 투자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미래 현금의 사용성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다시 저 위에 제가 투자했던 종목과 7월 투자 일지를 봐볼까요?

 

DE - 존디어 농기계 회사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식량 부족이 이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식량 안보 문제 때문에 특수성을 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잠깐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으로 단기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존디어 기업분석 글에 자세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한 벨류에이션도 높은 편은 아니라서 근 미래에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입니다.

GOOGL - 2022년은 미국 총선이 있는 해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총선의 광고 특수성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구글이 최대 수해 주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2022년에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2022년 내에 주식의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조금 낮아 보입니다.

CAT - 건설, 중장비 회사. 만약 리세션이 사실화된다면 경기 민감주인 건설기계 쪽, 그리고 광업 쪽 장비들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경기침체 위험 문제 야기와 주택 가격 하락으로 경기 민감주인 건설, 중장비 회사는 단기적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ASML - 반도체 수요 악화는 크립토 코인 시장의 급격한 축소로 지속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한, 수요 하락으로 ASML 도 반도체 시장을 따라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사실상 ASML의 실적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ASML 기업분석에 자세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TAN - 태양광의 수요는 꺾이지 않고 오히려 경기침체에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체적인 회사들의 벨류에이션이 아직 고평가인 회사들이 많아 보입니다. PE valuation 만 확인하더라도 전채적인 PE valuation 하락이 단기적으로 찾아올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기업의 벨류에이션을 진행할 때, 각 회사의 가까운 미래부터 5년 ~ 10년까지의 Cash Flow를 예측하고 그 예측을 토대로 벨류에이션을 진행합니다. 따라서 각 회사들의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해당 예측이 다 맞을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구글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미국의 총선 특수로 인한 광고 비용 증가로 인해서 구글의 단기적 주가 반등을 예상하였지만 예측은 실패하였고 저 위에 있는 기업들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아직도 저평가 구간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구글의 저평가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지속적으로 구글을 사들일 예정입니다.

 

다른 예시를 볼까요? 더글라스퍼에서 예측한 대로 존디어의 주식은 7월 저점을 이후로 주가가 45% 상승하였습니다.

다시 저 위에 예시로 지금 제 돈이 1000만 원이 있고, 해당 1000만 원을 제가 7월에 매입했던 비율 그대로 매입을 진행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후 2022년 연말까지 존 디어는 제가 생각했던 적정주가에서 한참 저렴했던 저점을 뚫은 적이 없었습니다.

 

반면 ASML의 경우 7월 저점보다 더 낮은 가격을 시장에서 호가를 했고, 제가 생각했던 저렴했던 구간 이하로 내려오는 일이 발생하여서 추가 매수를 진행할 수 있는 구간이 생겼습니다.

 

 

더글라스 퍼의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

DE 39.02%
GOOGL 28.74%
CAT 7.55%
ASML 12.37%
TAN 12.33%

더글라스퍼의 포트폴리오 배분 방식은 이렇습니다.

 

1. 모든 주식들은 좋은 시나리오(Story)가 있고, 개별적인 기업 분석에서도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 (기업분석)

2. 각 주식들의 시나리오는 전부 겹치는 시나리오가 아닌 최대한 각기 다른 시나리오로 준비한다. (인간 오류 위험 방지)

3. 너무 많은 종목의 포트폴리오는 지속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며 시장수익률을 상회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주식 숫자는 항상 10개 이하로 관리한다.

4. 지금 들고 있는 현금과 미래에 가지고 있을 현금을 계산한다. 

5. 주식 매수 시점에서 저점일 확률이 높은 주식일수록 현재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앞으로 근 미래에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확률이 높은 주식일수록 현재 비중을 적게 가져간다.

6. 매수시점에서부터 시간이 지난 후, 벨류에이션이 빠지는 주식들 위주로 추가 매수를 진행한다.

7. 항상 미래에 생길 현금흐름을 매수 계산에 반영한다.

8. 성장률이 큰 주식 (변동성이 큰 주식)은 전채 포트폴리오의 20% 가 절대 넘지 않도록 한다. (이는 위험에 크게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매달마다 들어오는 현금흐름 "월급"에서 일정 부분 주식 투자로 이어질 것인데, 해당 자금은 특성상 한 번에 큰 규모의 투자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래에 투자 가능 현금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는 경향이 있고, 어느 시점부터는 포트폴리오에서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불어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더 높은 수익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래의 현금흐름까지 확률적으로 계산하여 반영하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사실 저 확률이 틀려도 상관이 없습니다. 장기투자자들에게 내가 정해놓은 적정주가 이하로 더 크게 하락한다면 큰 기회가 찾아온 것이니까요. 명품을 헐값에 살 수 있는 기회인 거죠!

 

더글라스퍼에서는 어떤 섹터별로 혹은 상관관계별로 포트폴리오를 나누는 것이 아닌 철저히 현금흐름에 계산하여 구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룰은 존재합니다. 그중에 가장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룰은 1번과 8번입니다. 1번 "모든 주식들은 좋은 시나리오(Story)가 있고, 개별적인 기업 분석에서도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를 통해 확실하게 장기적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회사를 최대한 높은 확률로 맞출 수 있을 것이며, 8번 "성장률이 큰 주식 (변동성이 큰 주식)은 전채 포트폴리오의 20% 가 절대 넘지 않도록 한다."라는 룰을 통해 큰 위험에 포트폴리오가 노출되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 방법만이 옳다는 주장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산 운용" 은 정해진 방법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기업, 모든 개인들은 자금이 들어오는 방식, 그리고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실정이 모두 다릅니다. 중요한 건 투자자 본인이 놓인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효율적인 "자산 운용" 방법을 상황에 맞추어 최적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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