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가장 보통의 존재


앨범의 이름처럼 언니네 이발관은 보통의 앨범을 생각하고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앨범은 한국 음악사에 있어서 한 획을 그은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무엇이 그토록 이 앨범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킬링트랙? 앨범커버? 상업성? 이 앨범의 강점은 이런것들이 아니다.


'가장 보통의 존재'는 가장 심플한 구성의 곡들이 향연을 펼쳐지는데 이들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특별한 앨범을 만들어낸다.

한국 음악 시장에서 사라져가는 앨범의 형태를 다시 살려낸 컨샙 앨범의 구조가 이 앨범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다.


'가장 보통의 존재'는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속에서 탄생한 앨범으로 누구나 한번쯤은 겪을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후 그 뒤에 오는 감정의 기복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감정을 그대로 앨범에 녹여내고 있다.

모두가 공감 할 수 있는 내용을 토대로 유기적으로 차곡차곡 쌓은 노래들은 감정선을 따라 마음속에 녹아내린다.

음악적으로 간결하고 반복적인 코드를 사용함으로써 듣는이로써 집중도를 높혀 가사에 더욱 공감할수있게 해준다.

그렇기에 음 하나, 가사 하나가 의미있고 감정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나에게 넌 허무한 별빛

너에게 난 잊혀진 길

언제였나 너는 영원히 꿈속으로 떠나버렸지"


첫곡 '가장 보통의 존재' 노래부터 가사에 특별함이 묻어 나온다.

담담한듯 하지만 어딘가 쓸쓸한 이석원의 목소리에 집중하다보면 마지막에 스피커가 고장난듯 사운드가 바뀌면서

돌이킬수 없을것같이 감정이 고조된다. 해어진 직후 씁쓸함은 '아름다운 것' 에서 감정이 조금 바뀐다.


"사랑했다는 말 난 싫은데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 하네

난 나를 지켰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동안의 진심 어디엔가 버려둔 채"


름다운 것을 어떻게든 떨쳐버리려는 시도를 하고 슬픔이 떨어지길 바라는 감정으로 변한다

하지만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마음을 '작은마음'에서 보여준다.

떨치려해도 쉽게 떨쳐지지 않는 인간미를 시적으로 표현한 한마디가 아름답다.


"보이지 않게 숨어버려도 듣고 싶어져 너의 목소리

잠시 기대어 서 있었을 뿐야"


이어지는 '의외의 사실'과 '알리바이'에서는 신나는듯한 기타리프가 들리지만 가사는 역설적이다.

말끔하게 잊고싶은 마음과 한편으로는 너무 그리운 마음이 공존하게 된다.

'100년 동안의 진심'에서는 앨범의 색깔이 변하게 되는 분기점이 된다.

가을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시간이 지나간것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곡이자

앨범의 중심점이라고 생각된다.


'인생은 금물'에서는 씁쓸하지만 해어짐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너는 결국 말을 듣지 않고 어느 누군가를 향해서

별이 되어 주러 떠나게 될 걸"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산들산들'은 슬프지만 한걸음 나아가는 보통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보통'의 이별로 시작해서 '보통'의 감정을 넘어 '보통'의 마지막으로 끝이나지만

이 '보통'의 모습이 결국 모두가 '공통'적으로 겪어보는 이별의 아픔이자 우리들의 모습이기에

이 앨범이 더욱 가슴속에 깊게 남을 수 밖에 없는것이다.



[R이 앞에 있는 곡은 추천곡. R은 Recommend(추천)의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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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이상하게도 무형자산, 지적자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음악이라는 것은 2000년대 이후로 mp3 파일이 보급 되면서 공짜로 듣는 것이 표준이 되어버린것이 현실이다.

몇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도 음악을 사려 하지 않고 공짜로 다운받는 사이트를 찾아서 음원을 얻던것이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아마 그때는 그 행위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 이라고 생각치도 못했을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대한민국 음악 시장의 문제점은 크게 2가지가 있다.


1. 인터넷의 발달과 불법 다운로드 접근이 쉬워지면서 구매력이 저하 되었다.

2. 대중이 음악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유로는 음악의 퀄리티 하락과 1번의 연쇄적인 영향이 크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일반 블로그에서 곡을 올려놓고 유포하고, 음원을 공짜로 다운받을 수 있는 사이트가 수도 없이 많았다.

원하는 곡을 전부 공짜로 받을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절 음악의 가치는 0이였다. 공짜로 다운 받을수 있는 곳이 너무나도 많다보니 그것이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면 현 대한민국에서 음악의 가치는 어디쯤일까?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멜론 사이트를 들어가서 보면 1곡에 700원, 100곡 묶음으로 24000원에 판매가 되고있다(2017년 1월 8일)

확실히 2000년대 초중반때 보다는 희망적이다. 불법적인 공짜 음원을 유포하는 사이트를 차단하고 인터넷 스트리밍 위주의 시장을

크게 키우면서 불법 다운로드는 현저히 저하 되었다는것은 인정하나, 한국 음악 시장은 여전히 절망적이다.

그 이유는 멜론에서 찾을수 있다. 대부분의 돈은 유통사, 서비스 사업자가 가져가고 실질적으로 뮤지션들에게 가는 돈은 적다.

1곡에 고작 700원 받고 거기에서 멜론이 이리저리 때어가면 남는 돈은 얼마나 남겠는가?


이런 시장 구조를 노리고 대형 기획사들이 시장의 약점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대형 기획사들은 이전에 음악 시장을

갈아 엎어버리고 하나의 히트곡 위주의 짧은 주기, 짧은 수명을 대량 생산해내는 방법을 고안한다.

쉽게 질리지만 중독성있고 쉽게 들을수 있는 후크송을 양성형 작곡가들에게 돈을 주고 사서 아이돌에게 입혀 시장에 내보내는데

한 아이돌이 히트를 치면 바로 다음타자가 또 히트곡을 내서 곡의 수명을 줄여 단기간에 많이 팔고 음악 시장이 자신들에게

지속될수 있는 악순환의 구조로 바꾸어 버린것이다.

이 구조는 음악, 음반 퀄리티의 하락과 동시에 음악 생태계 자체를 무너트리는 근본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Radiohead의 음반 활동 주기를 봐보자. 2011년 8집 'The King Of Limbs' 가 나왔고

2016년 'A Moon Shaped Pool'이 나왔다. 공백 기간만 5년이다. 1년간 월드투어를 돌고 1년간 휴식기를 가졌다고 해도

최소 3년이란 시간을 투자해서 앨범 작업을 했다는 계산이선다. 이 앨범은 대 히트를 쳤고 전문가, 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2016년도 명반중 하나로 손꼽힌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서 한 명반을 반드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공장처럼 찍어내는 아이돌 음악들이

너무 짧은 주기로 히트곡을 찍어내면 일회용 음악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앨범을 차트에서 밀어내는 상황이 벌어진다.

대형 기획사들의 신곡 출시 주기가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아티스트들은 살아남기 위해 앨범의 완성도를 낮추고

대중성을 잡기 위해 퀄리티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이 연속되는것이다.



음악 시장이 바뀜에 따라 시대를 따라가야한다, 이제는 더 이상 앨범의 시대, 고퀄리티의 시대가 아니다 라고 반박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이 논리는 완벽하게 틀렸다.

라디오헤드의 'In Rainbows' 앨범은 2007년 혁신적인 방법으로 유통을 시작했다.

소비자가 사이트에서 먼저 노래를 듣고 0파운드부터 99.99파운드까지 소비가자 직접 가격을 책정하게 했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였다. 상업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2000년대 최고의 앨범중 하나로 손꼽히는 'In Rainbows' 로 라디오헤드는

음악적 가치를 지켜냈다.

이외에도 작년에 아델의 '25' 앨범의 전세계적인 히트를 본다면 음악에 퀄리티는 음악적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음악시장은 누구를 탓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보면 아무 생각없이 우리들이 불법 다운로드를 받았을 때부터

잘못된 것이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음악에 대한 인식개선이 최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음악에 대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때 비로서 한국의 음악시장은 정상으로 돌아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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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La Land를 직역하면 꿈의 세계, 또는 환상의 나라라고 한다. 또한 꿈의 무대 할리우드가 있는 LA를 말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현실과 꿈을 오르내리면서 꿈에 관한, 반대로 현실에 관한 심오한 문제를 다루어 나간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다.

다미엔 차젤레의 전작이였던 '위플래쉬'와는 매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꿈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색채감, 음악, 영상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마법 장면들을 영화내내 쏟아내고 있다.


영화의 초반부는 생기있고 로맨틱하게 흘러가지만 중간중간에 꿈과 사랑의 엇박자가 이어진다.

감독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고 싶어했다. 

로맨틱 영화의 단골 첫키스 장소인 영화관에서도,

고전 영화의 첫키스 단골 장소인 천문대 상영관 안에서도,

천문대에서 영화같이 황홀하게 왈츠를 추며 날아가는 모습에서도,

첫키스를 하지 못하고 모든 로맨틱한 장면이 지나간 이후에서 첫키스를 하게된다.

영화같은 장면과 현실은 다르다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 영화는 자신이 목표했던 꿈에서 현실을 마주하는 모습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의 꿈을 위해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

꿈으로 인해 또는 현실로 인해 사랑이라는 아름다움이 또 다른 꿈에 남겨지게 되는 모습

결국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것을 희생하는 모습속에서 감독은 무겁고 강렬한 돌직구를 엔딩장면에서 보여준다.

꿈을 이뤘을때 마주하는 현실은 또 다른 꿈일뿐이다.





영화 중간부에 세바스찬이 현실과 마주하고 나서 밴드로 성공을 거두고 있을때 

밴드 투어에 같이 따라오겠냐는 물음에 미아는 꿈을 위해 거절을 한다.

주인공들의 마지막 대화였던 장면에서 미아가 오디션에 합격을 하면 파리로 떠나야 하는 상황에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모든걸 쏟아부어야한다는 조언을 해줌과 동시에 미아를 떠나보낸다.

이미 이 둘은 사랑과 꿈은 양립할수가 없다라는것을 느낀것이다.


영화 중간부에 세바스찬이 재즈에 대해 설명할때 중요한 한마디를 한다.

"재즈란 즉흥 연주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을 하는것이다."

마지막 재즈 카페에서의 엔딩을 통해 주인공들이 교감했던 또 다른 꿈을 통해

관객들에게 꿈과 사랑이라는 양립할수 없는 두 아름다움을 꿈으로써 표현해내며 마법같은 여운을 남기게 만든다.






주인공들이 함께 하는 모습은 영화속에 영화로 꿈속에 꿈으로 남아버렸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더욱 아련하게 여운이 느껴지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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